달샌드 = 츠키시마 형제
츠키시마 케이 x 히나타 쇼요 x 츠키시마 아키테루
w. 달향기
"배구부 친구야."
그 말을 믿진 않았다. 친구라고 말 하는 너의 입과 달리, 쳐다보는 눈이 표정이 얼굴이 말하지 않은 마음을 알려줬으니까. 난 너의 하나뿐이 형이고 네 얼굴은 너보다 더 많이 본 사람이니까. 네 표정 정도는 보는 순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난 표정을 숨기는데 능숙했다.
"아키테루 상. 안녕하세요."
"어 그래. 케이는 집에 없는데."
"아! 같이 왔어요. 잠깐 뭐 사온다고 먼저 가있으라고 해서요."
"그래. 재밌게 놀다가."
"어디 가세요?"
보고 싶지만 보고 싶지 않았다. 네 얼굴은 보고 싶었지만 내 동생과 같이 있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살갑게 웃으며 다가오는 몸을 끌어안지 않도록 주먹을 꽉 쥐었다. 피해야 한다는 머리와 달리 다가오는 순간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맹렬히 싸우는 머리와 몸의 싸움에 눈앞이 아찔한 기분이다.
"바쁘세요? 안 가시면 안 돼요?"
태양 색을 닮은 밝은 머리카락. 멋대로 나가려는 손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나한테 너는 태양이었다. 언제나 바라볼 수밖에 없는. 다가가서도 안 되고 만지는 순간 타 죽을 게 뻔한 그런 태양.
하지만 죽을 때까지 동경하고 바라 볼.
태양이었다. 미치도록 갖고 싶은. 주인이 있는 태양.
"케이랑 오랜만에 노는 거잖아."
"츠키시마 녀석, 아! 아니, 그 케..케이 말하는 거에요. 아키테루 상이 아니라. 근데 츠키시마라고 부르니까. 그게 여기서는. 아니. 이름이 싫은게 아니라."
빨개진 얼굴로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얼굴이 사랑스러웠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랑스러워서. 마음이 자꾸 흘러서.
"형 어디 나가?"
잠깐은 괜찮지 않을까. 아주 조금만 만지는 건 허락 되지 않을까. 달콤한 태양의 향에 취해 꾸던 꿈은 순식간에 깨어졌다.
"어. 잠깐 일이....있어서."
"그래. 넌 문 앞에서 뭐하냐."
"아키테루 상이랑 놀고 싶은데."
"친한 척 하지 말고 들어가시지?"
"츠키시마 심술쟁이! 아, 아키테루 상을 말하는 건 아니고. 이건 그러니까 케..으으. 아니 츠..츳키.. 아니 ㅋ...ㅔ.."
"바보 같이 말 더듬지 말고 들어가기나 해."
필사적으로 나에게 변명하려는 모습과 차마 이름을 말하지 못하는 모습이 눈물나게 웃겼다. 질질 끌려가는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그런게 아니라고 변명하는 모습이 너 다워서 웃겨서.
지금 방에 같이 들어가는 사람이 내가 아닌게 슬퍼서.
그런 내가 불쌍했는지 복도 끝 저물어가는 태양에 길어진 그림자가 손끝에 걸렸다. 조금 전 그렇게 만져보고 싶었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잡아보겠다고 손을 쥐었다. 그림자라도 갖고 싶다. 그림자 옆에라도 서고 싶다.
하지만 조심스레 펼쳐 본 손 안에 남은 건 갈 곳 잃은 마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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