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키시마 케이 x 히나타 쇼요
w. 달향기
"안녕하세요. 히나타 쇼요 입니다."
남자 둘이 첫 만남 장소로 선택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카페였다. 약속 장소로 이런 곳을 잡다니, 특이한 사람이네. 첫 인상은 그냥 그 정도. 고등학교 졸업은 했지만 대학 갈 생각은 없고, 일을 하자니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였다. 고등학교 선배 중에 해결사랍시고 잡다한 심부름 센터를 하는 사람 회사에서 단기 알바를 하며 시간만 보내던 심심한 인생이었다.
이렇게 살다 죽는 것도 괜찮지. 다들 치열하게 살면 세상이 얼마나 피곤하겠어. 나처럼 심심하고 지루하게 사는 사람도 필요한 법이지.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하는 일은 그저 의뢰서를 읽고 장난을 분류하는 것 뿐. 들어오는 의뢰라고는 고양이를 찾아주세요, 길을 잃었어요, 배달 해주세요, 이사 짐 옮겨주세요 등등 지루한 것들 뿐이었다.
마치 나처럼 무채색의 지루하고 재미없는 글 속에서 그 글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쉬웠다. '남자 애인 구함.' 간결한 문장은 짧았지만 강렬했고 혼자 컬러플한 색으로 튀었다.
선배 이 의뢰 제가 해볼게요. 너 일은 하기 싫다며. 가끔씩은 움직여 줘야 아무것도 안 하는게 재밌죠. 그냥 잠깐의 호기심. 매번 똑같은 글들 속에서 새로운 글에 대한 흥미정도였다. 162cm의 작은 키와 동안인 본인은 이런 애인 구함 의뢰에 전혀 어울리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장난이나 좀 치고 싶었던 거다. 얼마나 지루한 인생이면 이런 글을 올릴까 싶었고, 나만큼이나 혹은 나보다 더 지루한 인생이겠구나- 하고 구경이나 할 생각이었다.
츠키시마 케이(20). 최소한의 정보만 가지고 의뢰인이 정한 장소로 향하는 길은 선선한 바람에 기분 좋은 여름 날씨였다. 분홍 천막이 휘날리고 곳곳에 꽃과 인형 장식으로 도배 된 부담스러운 외관에 의뢰인에 대한 호기심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들어가는 순간 쏟아지는 색채의 파도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잠깐 멀리서 살펴보고 수상한 오타쿠처럼 보이면 바로 도망가야지. 기둥 뒤에 몸을 숨기고 가게를 둘러보는 순간 말하지 않아도 의뢰인을 한 번에 찾을 수 있었다. 색채의 파도 속에 혼자 무채색인 남자. 밝은 면티와 가벼운 바지를 입었음에도 칙칙하고 무거운 느낌으로 시선을 잡아 끌고 있었다.
저 사람이다. 무채색의 글 속에서 혼자 튀던 글의 주인은 현실에선 색채의 바다 속에 혼자 무채색으로 가라 앉아 있었다. 와보길 잘했네. 역시 재밌을 줄 알았어. 도망간다는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가벼운 콧노래와 경쾌한 발걸음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히나타 쇼요 입니다."
다짜고짜 맞은 편에 앉아 활짝 웃으며 첫 인사를 나눴던 그 때. 길고 긴 마음의 여행이 시작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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