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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다이쿠로] Three People

생귤시루 2017. 7. 15. 01:57



오이카와 토오루 x 사와무라 다이치 x 쿠로오 테츠로





Three People

For. 처럼

w. 달향기





"덥다. 더워."


거실 바닥에 누워 반쯤 녹아내리던 오이카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흐르는 더운 날씨에 하필이면 에어컨이 고장 날 건 뭐람. 집안 곳곳에 시원한 장소를 찾아 움직이는 것도 한계였다. 지금 당장 시원하게 만들어 줄 무언가가 필요해. 예를 들면 에어컨이 고장 나지 않은 다이치의 집 같은 거 말이다.


"이번에는 너야?"


오이카와의 자취방과 다이치의 자취방은 걸어서 5분 거리였다. 더위를 많이 타는 다이치는 여름을 대비해 애초에 집을 구할 때 전기세가 적게 나오는 곳으로 구했다. 그 덕에 매년 여름이면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는 핑계로 다이치 집에 눌러앉는 날이 많았다. 문제는 그 핑계를 대는 게 오이카와 말고도 또 있다는 거겠지.


"여어."

"뭐야. 너도 있었어?"


빵빵하게 틀어 놓은 에어컨 밑에서 쿠로오가 길게 누워 오이카와를 반겼다. 아니 반갑지 않은 건 피차 마찬가지지만 일단 겉으로는 반가운 척을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여름 시작하자마자 바로 오는 건데 그랬다. 쿠로오보다 늦었다는 사실에 골이 난 오이카와 표정이 뚱하게 구겨졌다.


"물 마실래?"

"다이치~ 나 없을 때 쿠로오 들여보내지 마."

"너도 쿠로오 없을 때 오잖아."


냉장고에서 생수 한 병을 들고나온 다이치 등 뒤에 매달려 우는 소리를 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이카와가 무겁지도 않은지 등 뒤에 매달고 거실을 가로지른 다이치가 쿠로오에게 생수를 건넸다. 그건 오이카와씨 물인데! 쿠로오가 가져가기 전에 생수를 낚아챈 오이카와가 보란 듯이 벌컥벌컥 생수 한 병을 다 비워냈다.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을 텐데 아직도 저런 유치한 행동을 하다니. 반쯤 질린 쿠로오가 고개를 저으며 다이치에게 손을 뻗었다.


"이쪽이 시원해."

"거긴 내가 누울 거야!"

"너 아직도 안 갔냐?"


쿠로오랑 다이치 거리가 가까워지기 무섭게 오이카와가 파고들었다. 둘만 놀게 놔둘 수는 없지. 애처럼 파고들어 둘 사이를 갈라놓는 행동에 쿠로오는 질색을 했고 다이치는 사람 좋은 미소만 지었다. 네가 자꾸 받아주니까 더 애처럼 구는 거잖아. 뭐 어때. 귀엽잖아. 실없는 대화를 나누며 셋은 에어컨 밑에서 시시덕거리며 더위를 피했다.


"배 안 고파?"


더울 땐 몰랐는데 시원해지니 배가 출출한 기분이 들었다. 꼬르륵 소리가 시끄러운 배를 움켜쥔 오이카와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은 척 시치미 떼는 모습에 다이치가 소리 없이 웃으며 말을 꺼냈다. 오이카와 씨 배에서는 소리 같은 거 안 나거든! 내뱉지도 않은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 이번에는 소리 내서 웃었더니 입을 삐죽인다. 저런 모습도 귀여워 보이는 건 역시 저 얼굴 탓이겠지.


"따, 딱히 배고픈 거 아니거든."

"아니기는 귀청 떨어지게 시끄러운데. 시끄럽게 하지 말고 냉동고에 아이스크림 있으니까 그거나 먹어."

"악! 저질! 야만인! 사람을 발로 차다니!!"


대체 뭐가 그렇게 귀여운지 다이치는 오이카와가 뭘 해도 저렇게 귀엽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버릇이 있다. 누가 들어도 배고파서 뱃속이 시끄럽게 난리인데 꾸역꾸역 아니라고 버럭대는 유치한 모습조차 귀여운지 그저 네 말이 다 맞다며 웃기만 한다. 그 꼴을 보고 있자니 제 속도 난리가 나는 것 같아 쿠로오가 오이카와를 발로 꾹꾹 누르니 누굴 밟는 거냐며 뺵빽 시끄러워 죽겠다. 꾹꾹 누르는 발을 치우며 오이카와가 위에서 내리눌렀고, 그렇게 둘이 뒤엉켜 싸우는 사이 다이치가 간단한 주전부리를 들고 왔다.


"그만 싸우고 먹어."


사각으로 반듯하게 썰려서 통에 담겨있는 수박도 역 앞까지 가야 하는 배스킨라빈스도 전부 쿠로오가 다이치 먹으라고 사 온 것들이다. 그걸 순순히 오이카와 먹으라고 꺼내는 모습에 잔뜩 골이나 입을 꾹 다물었더니 다이치가 너도 먹으라며 직접 입에 수박을 넣어준다. 평소에는 눈치가 곰 같더니 이럴 때만 여우처럼 굴지. 백 번 투덜거려봐도 오이카와보다 저를 더 먼저 챙겼다는 거에 이미 기분이 풀린 지 오래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먹는 수박 맛이 참 달았다. 전투적으로 아이스크림만 공략하고 있는 오이카와랑 얌전히 앉아 일일이 씨를 바른 후에 수박을 먹는 다이치를 보고 있으려니 평화롭고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다이치가 수박이 가득 들어 볼이 빵빵해진 얼굴로 쿠로오를 쳐다봤다. 안 먹어? 입은 여전히 수박을 먹는다고 바쁜데 쿠로오 귀로는 다이치 목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한쪽만 챙겨주는 것 같으면서도 절대 다른 한쪽을 버려두지 않는다. 언제나 공평한 다이치. 그게 가끔 서운하기도 하지만, 저렇게 기분 살피는 표정은 귀여우니까 어쩔 수 없다.


더 좋아하는 쪽이 져 줘야지. 어쩌겠어. 하나하나 씨를 골라낸 수박을 다이치 입에 넣어주며 오이카와쪽으로 몸을 틀었다. 너무 자주 싸우면 신경 쓸 게 분명하니, 이쯤에서 사이좋은 모습을 한 번은 보여줘야겠지. 나는 참 마음이 넓은 남자야. 한참 마음을 다스린 끝에야 미소 비슷한 걸 띄우고 오이카와를 쳐다볼 수 있었다. 허허. 녀석도.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맛있더냐. 다이치 먹으라고 사 온 거지만, 한 입 정도는 너도 먹으라고 허락해주지. 살짝 경련이 일긴 해도 성공적으로 웃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눈이 마주친 오이카와는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먹고 싶으면 말로 해. 노려보지 말고."


오이카와가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저는 아이스크림 다 먹었으니 양보한다면서 반쯤 빈 통을 쿠로오에게 밀었다. 그러더니 잽싸게 다이치 옆에 붙어 수박이 먹고 싶다고 넣어달라며 입을 벌렸다. 얄미워도 이렇게 얄미울 수가 있나. 다이치가 넣어준 수박을 먹느라 빵빵해진 볼을 숟가락으로 딱 한 대만 때리면 속이 다 시원할 것 같았다. 차마 때리지는 못하고 애꿎은 숟가락만 씹어대던 쿠로오가 질 수 없다는 듯이 아이스크림 통을 끌어왔다. 다이치 먹으라고 사온 건데 정작 다이치는 먹지도 못했으니 저가 직접 넣어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쿠로오의 이성은 아이스크림 통을 확인한 순간 산산이 조각나고 말았다.


"이 새끼 민트초코만 먹었어!"


배스킨라빈스에서 쿠로오가 유일하게 먹는 민트초코 맛은 안타깝게도 오이카와가 가장 좋아하는 맛이었다. 결국, 숟가락을 집어 던지며 오이카와 멱살을 잡은 쿠로오가 더는 못 참는다고 소리쳤고, 오이카와는 이 옷 다이치랑 커플 옷이라고 늘어나니까 놓으라고 소리쳤다. 죽이네 살리네 빽빽 시끄러운 둘 사이에서 오로지 다이치 혼자만 평화로웠다. 둘이 죽이 잘 맞네. 오이카와랑 쿠로오가 들으면 경기 일으킬 생각을 태평하게 하며 씨를 다 바른 수박을 한 입 베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