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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히나] 가을날의 소나기

생귤시루 2015. 6. 21. 08:00

 

 

코즈메 켄마 x 히나타 쇼요

 

 

 

 

가을날의 소나기

부제 : 히나타 생일 축하해 2

w. 달향기

 

 

 

 

"쇼요. 일어나."

 

나도 켄마랑 같이 공부할래. 호기롭게 따라 들어올 땐 언제고 입 벌린 채로 침까지 흘리며 자는 모습이 상당히 흉했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자게 두고 싶었지만, 코 고는 소리에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총이 상당했기에 깨울 수밖에 없었다. 몸을 한 번 흔들 때마다 침 범벅이 된 문제집이 같이 흔들린다. 이건 버려야겠네.

 

"켄마?"

 

물처럼 떨어지는 침을 보다 못한 켄마가 손수건을 꺼냈다. 차마 닦아주지는 못하고 손에 쥐여주고 입가를 톡톡 두드렸다. 민망하게 웃으며 능숙하게 손수건으로 침을 닦은 히나타가 빨아서 돌려줄게-라며 챙겼다. 아냐. 그냥 너 가져. 선물이야. 켄마한테 선물 받았다고 좋아하는 얼굴이 너무 해맑아 잠시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차피 돌려받아도 버릴 게 뻔하니까. 짐을 챙겨 일어나는 켄마를 크게 하품하던 히나타가 멍하니 올려다봤다.

 

"켄마 이제 공부 안 해?"

"나가자. 할 건 다 했어."

"응."

 

고개까지 끄덕이며 답해 오는 얼굴이 예뻐서 불쑥 손이 나갔다. 침 좀 흘리고 자면 어때. 이렇게 예쁜데.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니 나 착했어? 예뻤어? 하며 웃어준다. 응. 예뻤어. 착했어. 쓰다듬던 손을 그대로 내미니 자연스럽게 잡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불어오는 후덥지근한 바람이 여름이 시작됐음을 알려왔다. 뜨겁게 떨어지는 태양 빛에 숨이 막혔지만 새파란 하늘과 선명한 초록빛의 나무가 너무 예뻐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켄마는 후덥지근한 날씨를 질색했다. 여름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었고, 공기가 덥고 축축하면 기분이 바닥으로 가라앉아 종일 인상만 찌푸리곤 했다. 그렇게도 싫어했던 여름이었는데.

 

자연스럽게 저에게 내미는 손을 거부감 없이 잡았다. 손이 맞닿은 순간 환하게 웃는 얼굴이 눈부셔 켄마는 잠시 눈을 가늘게 떠야 했다. 마주 잡은 손이 벌써 땀으로 축축해졌지만 그래도 놓고 싶진 않았다.

 

"켄마. 켄마."

"응. 쇼요."

 

신나게 팔을 흔들던 히나타가 켄마를 돌아보며 노래를 불렀다. 뭐가 그렇게 기쁜 걸까. 항상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더 좋아 보여 궁금했다.

 

"쇼요. 무슨 좋은 일 있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니 눈이 안 보일 정도로 환히 웃은 히나타가 조금 전 침 닦은 손수건을 꺼내 보였다.

 

"켄마한테 선물 받았으니까."

"그건 그냥 준건데."

"알아."

 

내가 그렇게 인색하게 굴었나. 기뻐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긴 했지만 저렇게 좋아하니 오히려 기분이 묘해졌다. 그런 켄마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손수건을 잘 챙긴 히나타가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나 오늘 생일이거든. 켄마한테 생일 선물 받아서 기분 좋아."

 

아니, 정정한다. 폭탄을 던졌다. 아무렇지 않게 폭탄을 던진 히나타 말에 켄마의 발걸음이 멈췄다. 당황스러운 마음은 숨길 새도 없이 터져 나왔다. 다급하게 내뱉는 말끝이 갈라져 켄마는 몇 번 목을 가다듬어야 했다.

 

"생일이라니?"

"민망해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말을 안 하려고 했다고? 이 중요한걸? 황당함을 넘어 슬슬 화가 나려 했다. 말해 주기 전까지 생일조차 몰랐던 자신에게.

 

"생일인데 마침 켄마가 선물까지 주니까 자꾸 기분이 좋아졌어."

 

정말 아무 의미 없이 그냥 준 손수건이 생일 선물이라니. 그건 켄마가 용납할 수 없었다. 해가 지기 전에 도서관에서 나와 다행이었다. 정말 당행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히나타 생일을 이렇게 의미 없이 보낼 수는 없었다.

 

"쇼요. 생일 축하해. 미리 알지 못했어. 미안."

"아냐. 이 나이에 생일 챙기는 것도 민망하고. 오늘 이렇게 켄마 만난 거로 충분해. 진짜야."

 

미안. 그건 내가 충분하지 않아. 어디 놀러 가기에는 빠듯한 시간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헤어질 수도 없었다. 최소한 오늘이 가기 전에 제대로 된 선물로 축하해야 했다. 그리고 축하하기 전에 우선 중요한 것부터.

 

"쇼요."

 

-쪽

 

"태어나 줘서 고마워."

 

누군가를 닮아 기분 좋은 여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