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키히나] 달걀 쇼트케이크
츠키시마 케이 x 히나타 쇼요
달걀 쇼트케이크
부제 : 히나타 생일 축하해 3
w. 달향기
오늘도 바쁘려나. 드디어 애인이 생겼다고 좋아하면 뭐하나. 그 애인이란 분은 일주일에 두 번 얼굴 보기도 힘들 정도로 바쁜 몸이시다. 동네 빵집이 옆 가게와 합쳐 더 크게 공사를 하더니 신기한 디저트를 파는 가게로 다시 문을 열었다. 원래 빵이 맛있기로 유명한 가게였는데 최근에는 모양까지 예뻐져 손님들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바로 저 남자. 츠키시마 케이였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신의 키와 손님에게도 절대 웃어주지 않는 차가운 표정이 매력적인 남자라는 게 단골들의 평이다. 사장님이 어디 멀리서 스카우트해 온 실력파라는데 그 실력에 얼굴도 포함인 게 틀림없다. 츠키시마가 매장에 나오기만 하면 빵을 하나만 계산하던 손님이 열 개씩 사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으니까.
유리창 너머로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히나타의 표정이 0.5초 간격으로 쉴 새 없이 변했다. 지금 누굴 만지는 거야. 빵만 사라고. 그렇지. 잘 하고 있어. 왜 상대해주는 거야. 빨리 들어가란 말이야. 처음엔 그냥 일하고 있는지 확인만 할 생각이었다. 매장에 안 보이면 그냥 갈 생각이었는데, 마침 매장에 나와 있어 어쩔 수 없이 계속 보게 된 것뿐이다. 애인이긴 하지만 대체 저 차갑고 성격 나쁜 남자가 뭐가 좋다고 꺅꺅거리는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은근슬쩍 팔짱 끼는 손님은 츠키시마가 매번 무시하는데도 굴하지 않고 찾아오는 손님 중 한 명이었다. 남의 애인한테 기대지 말란 말이야. 유리창에 이마를 붙이고 노려보던 히나타는 손님의 행동 하나하나에 화내고 좋아하느라 얼마나 바빴는지 츠키시마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너 여기서 뭐 하냐?"
"헉!"
깨끗하게 닦인 유리창에 딱 붙어 있는데 안 보인다고 생각한 건가. 지나치게 깜짝 놀란 히나타는 한심하게 쳐다보는 츠키시마의 눈빛에 뻘쭘한 기분을 숨길 수 없었다. 츠키시마는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하는 성격이었다. 특별한 용건이 없을 때 찾아오거나 연락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고, 특히나 본인이 하는 일을 방해받는 걸 아주 싫어했다.
하지만 나는 애인인걸. 애인이라는 위치를 앞세워 멋대로 굴려는 건 아니지만, 아주 조금은 특별 대우해줄 수도 있는 거잖아. 차마 뱉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삼키며 히나타가 입술만 삐죽였다.
그런 히나타의 속내를 투명하게 읽어낸 츠키시마가 인상을 찌푸리다 말고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일하는 곳에 히나타가 오면 모든 신경이 히나타한테 쏠려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언제나 칼같이 이성을 유지하던 츠키시마에게 있어 히나타는 언제나 예외였고, 히나타가 있는 공간에서는 일에 집중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오지 말라고 한 건데, 히나타는 그게 내심 서운했는지 최근 들어 자주 서운한 표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뭐 스스로는 숨긴다고 숨긴 거겠지만.
"하- 그렇게 서성이지 말고 들어와."
"들어가도 돼?"
"안 될 게 뭐 있어."
넌 내 애인인데. 라는 말은 속으로 삼키며 츠키시마가 몸을 틀어 히나타가 지나갈 수 있게 공간을 비웠다. 일하는 곳에 몰래 찾아 왔는데도 화내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미 기분 풀어진 히나타가 싱글벙글 웃으며 츠키시마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일에 집중할 수 없으니 제발 가만히 좀 있으라고 한소리 하려던 츠키시마는 눈이 마주치는 순간 밝아지는 얼굴에 차마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삼켜야 했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고 했던가. 뭐든 말하려고 입을 움직여봤지만, 결국 실패한 츠키시마가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를 한숨을 한 번 더 내뱉었다.
"여기 앉아서 얌전히 이거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어."
"보이는 데 있으면 안 돼? 방해 안 할게."
"안 돼."
매장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히나타가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와 히나타를 앉혀놓고 단호하게 돌아섰다. 애처롭게 쳐다보는 얼굴이 꼭 비 맞는 강아지 같아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웠지만, 시간을 더 지체할 수는 없었다. 중요한 약속이 있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겠다고 미리 말해놓은 상태였다. 이제 마무리만 하면 히나타를 데리고 퇴근할 수 있는데 자꾸만 집중력이 흐트러져 퇴근 시간이 늦어지고 있었다.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이후의 일정을 생각해 단호하게 걸어가던 츠키시마가 잠시 멈추더니 다시 히나타 앞으로 되돌아 왔다. 환히 밝아진 얼굴 뒤로 바쁘게 돌아가는 꼬리의 환영이 보이는 건 착각이겠지.
"옆에 있어도 돼?"
"그건 안 돼."
여전히 단호한 거절에 다시 시무룩해진 히나타 입술이 삐죽였다. 같은 공간에 있는데도 옆에 못 있는 게 이렇게 괴로운 일이라는 걸 오늘 깨달았다. 삐죽이는 입술이 점점 튀어나오는 걸 잠시 지켜보던 츠키시마가 대뜸 손을 뻗어 히나타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까탈스럽고 예민하고 결벽증까지 있는 츠키시마는 남이 보는 앞에서는 절대 스킨십해주지 않았다. 그런 츠키시마가 심지어 일하고 있는 곳에서 머리를 만져주다니. 깜짝 놀란 것도 잠시, 바로 기분이 풀어진 히나타가 눈을 잔뜩 휘어 웃으며 츠키시마 손에 머리를 비비적거렸다.
"금방 끝나니까 조금만 기다려."
"응."
얌전히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얼굴을 잠시 뚫어지게 쳐다보던 츠키시마가 주변을 휘휘 둘러봤다. 손님들도 몇 명 없고, 다들 자기 할 일 하느라 이쪽을 집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거기까지 파악한 츠키시마가 재빨리 허리를 숙여 히나타 이마에 입을 맞췄다.
"생일까지 일해서 미안해. 금방 끝내고 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전혀 생각지도 못한 행동에 완전히 얼어있던 히나타는 츠키시마가 사라지고 나서야 빨개진 얼굴로 테이블에 엎드릴 수 있었다. 이미 생일 선물은 충분히 받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