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Q/HQ 단문

Ⅶ [츠키히나] 여름

생귤시루 2015. 12. 2. 02:29

 

 

츠키시마 케이 x 히나타 쇼요

w. 달향기

 

 

 

 

"덥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에 기운 빠진 히나타가 축 늘어졌다. 덥다. 더워. 더운데. 시원한 곳 가고 싶어. 쉴 틈 없이 쏟아내는 불평이 시끄러울 법 한데 고요히 책을 보는 츠키시마는 약간의 미동도 없다.

"츠키시마 더워."
"그래."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장소에 있는데 혼자 시원해 보이는 모습에 절로 뿔이 난다. 책상에 엎어져 한참은 덥다고 노래를 부르던 히나타가 어느 순간 조용해졌다. 조용해진 공간을 매미 울음이 시끄럽게 매웠다.

한 장도 넘어가지 못하고 여전히 같은 페이지인 책을 덮은 츠키시마가 히나타를 쳐다보니 그새 잔뜩 풀어진 얼굴로 잠이 든 모습이다. 한 쪽 팔로 턱을 괴고 신기한 걸 구경하듯이 쳐다보던 츠키시마가 조심히 손을 뻗어 히나타 볼을 만지작 거렸다.

"못생긴게."

어린 아이 같은 면이 강해 체온도 높을 줄 알았는데 손에 닿은 볼은 의외로 서늘한 온도였다. 책상에 눌려 찌부러진 얼굴은 있는 힘껏 못생겼지만 시선을 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시끄럽기만 하고."

깨지 않을 정도로만 살짝살짝 얼굴 윤곽을 따라 손을 움직였다. 머리에 가려진 이마를 시작으로 통통한 볼, 감긴 눈, 그리고 늘 시끄럽게 움직이는 입술까지. 구름으로 가려졌던 히나타 얼굴 위로 구름이 지나가면서 햇살이 떨어졌다. 눈이 부시는지 미간이 찌푸려지며 굉장한 얼굴로 변했다. 그런 히나타를 보던 츠키시마의 표정은 말과 달리 부드럽게 풀려있었다.

"뭐가 예쁘다고."

앉아있던 몸을 일으키자 츠키시마의 그림자가 히나타의 얼굴을 덮었다. 찌푸려졌던 미간이 펴지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점점 숙여지는 허리, 가까워지는 얼굴. 서늘한 볼과 달리 입술은 뜨거울 정도로 열이 올라 있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던 더운 여름 날. 입술의 뜨거운 체온이 입술로 전해졌던 어느 여름 날. 시끄러운 매미소리와 함께 고요한 교실에서 한 사람은 미처 몰랐던 둘의 처음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