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키히나] 고딩츳키히나가보고싶어요3
츠키시마 케이 x 히나타 쇼요
w.달향기
*히나타 시점
고백하는 게 아니었어. 고백하지 말걸. 계속해서 떨어지는 츠키시마의 말이 너무 아파서 이제 그만 하라는 뜻으로. 나도 이제 그만하겠다는 뜻으로 마음을 뱉었지만 돌아서는 등이 이렇게 아플 줄 알았다면 고백따위 안 했을 텐데.
3일간 집에서 고열에 시달리고 울면서 히나타가 내내 했던 생각은 하지 말걸. 그것밖에 없었다. 얼마나 싫었을까. 불쌍한 놈 친구라고 데리고 다녔더니 대뜸 자길 좋아한다고 고백이라니. 얼마나 황당했을까. 이대로 열이 올라 차라리 몸이 녹아없어지기만 바랐다. 눈물이 그치지 않아서 눈이 짓무를때까지 울고 그렇게 내릴 줄 모르고 올라가던 열도 3일째가 되니 뚝 떨어지는 걸 보고 모든 게 다 허무해짐.
열이 내리는 것처럼 마음도 내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괴롭힘 당할 때도 이정도로 학교가는게 괴롭진 않았던 것 같은데, 학교까지 가는 길에 누가 압정이라도 박아 놓은 느낌. 걷는 걸음이 너무 아프고 앞은 계속 까맣게 타들어갔다 하얗게 번져버리고 사람이 이러다 미치는 구나 싶었다.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한 것 같은데 바람결에 츠키시마의 향이 느껴지기만 해도 멀리서 츠키시마 목소리가 들리기만 해도 몸속에 폭탄이 터지는 기분이었다. 털이 쭈뼛서고 숨이 멎을 것 같은 공포. 츠키시마가 더럽다는 듯이 쳐다본다면 절대 살 수 없을 거다. 히나타에게 남은 건 벼랑 끝에 서서 그래도 차마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뿐.
그래서 필사적으로 츠키시마를 피해 다녔다. 차라리 이렇게 피하다보면 역시 저 놈은 이상하구나. 더러운 호모새끼가 드디어 나를 떠나는 구나. 츠키시마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차라리 그렇게 말해주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마음뿐이었다. 안 보면 멀어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라는 그 말만 지푸라기처럼 붙잡고 하루 빨리 이 마음이 전부 사라지기만을 날마다 기도했다.
그 기도가 미처 이뤄지기도 전에 결국 츠키시마에게 붙잡혀 버렸지만. 츳키에게 붙잡힌 손목이 타버릴 것처럼 뜨겁고 벌써부터 눈물이 날 것 같고. 어떡해 화났나봐. 어쩌면 좋지. 어쩌면 좋아. 그렇게 피해다녔으면서도 막상 피한 것 때문에 츳키가 화를 내니까 그러지 말걸. 또 다시 생겨버리는 이중적인 마음에 스스로에게 치가 떨릴 지경. 화내면 어쩌지. 아직도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어쩌지. 다른 애들처럼 욕하고 멀어지고 나를 또 없는 사람 취급하고. 차마 츳키의 등을 볼 용기도 없어서 빠르게 걸어가는 발만 바라보며 히나타는 공포에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화장실 문이 열리고 그 속에 던져지는 순간 히나타는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심리상태. 그래서 더 필사적이었고 살기 위해 발악할 수밖에 없었다.
"안 좋아해!!"
그건 본인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과도 같은 외침. 안 좋아해. 안 좋아할 거야. 그럴 수 있어. 내가 더는 너를 좋아하지 않으면 다시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 거야.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츳키는 히나타에게 여러의미로 유일한 사람이었다. 어떻게든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고 어떤 형태로든 옆에 있고 싶은 사람이었다. 친구로라도 지낼 수 있을까. 예전처럼 친하지 않아도 그냥 아침에 인사만 하는 반 친구여도 좋으니까.
츳키를 피해다녔으면서 막상 츳키를 완전히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울 것 같았음. 아니 이미 울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날 일은 잊어. 제발 잊어줘. 이제 안 좋아할거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면 진짜 그만 좋아할 거니까."
사과와 함께 했던 고백은 점점 애원이 되었고 그것만이 히나타에게 남은 마지막 동아줄이었다. 닦을 생각조차 못한 눈물이 흘러넘쳐 당장 눈앞에 있는 츳키의 얼굴이 뿌옇게 번져있었음. 차라리 안 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눈을 깜빡이는 순간 잠시 맑아진 시야에 보인 츳키 얼굴은 못마땅하다는 표정이었지.
안 되는 건가. 친구조차도 안 되는 건가. 이렇게 츳키를 잃을 수는 없었는데 히나타 머리로는 아무 방법도 떠오르질 않았지. 애원하던 말이 점점 뭉개지고 결국 히나타 입에서는 우는 소리밖에 안 나왔음. 그렇게 울다지쳐 정신을 잃음. 심리적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한동안 잘 먹지도 자지도 못한채 날마나 울었으니 체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
까무룩 꺼졌던 정신이 다시 돌아온건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서였음. 눈이 잔뜩 부어 제대로 떠지지도 않았지만 그보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누가 뇌 속에 손을 집어넣어 잔뜩 휘저은 느낌이었음.
"일어났냐?"
당연히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들리는 목소리에 떨어질 것도 없는 심장이 또 한 번 떨어짐. 겨우 눈을 뜨고 바라보니 진짜로 츳키가 있었음. 그 얼굴을 보니 눈물나게 좋으면서도 무서워서 히나타는 또 울어버렸지.
"또 우네."
눈물에 가려 앞이 보이질 않으니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들리는 목소리가 여전해서. 여전히 저가 알고 있는 츳키여서. 다정하고 따뜻한 그대로여서 히나타는 계속 울었음. 츠키시마의 이름을 부르면서.
"츳키..츳키.."
그 목소리가 너무 절절해서 츳키는 자기도 울 것 같았음. 일주일도 안 돼서 애 얼굴이 반쪽이 된 것이 너무 속상함.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엉망이 될 정도로 나를 좋아하는 마음이 크다는게 좋았지. 아주 조금. 그보다는 조금 더 많이.
얼마나 울었는지 눈가가 빨갛게 짓무른게 보기만 해도 아파보여서 손수건을 따뜻한 물에 적셔 히나타 눈에 올려줬어. 그리고 히나타 손을 잡고 말했지.
"미안해."
그 사과에 히나타 손이 떨리고 몸이 굳어가는게 눈에 보였어. 그래서 더 미안했지.
"늦게 말해서 미안해."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했으면서 자기 마음 하나도 제대로 볼 줄 모르고.
"늦게 알아서 미안해."
눈앞에 행복도 못 알아보는 헛똑똑이.
"좋아해."
우는 네 모습에 내가 이렇게 아픈데 이게 좋아하는게 아니면 뭐야.
"내가."
울지마.
"너를."
내가 없는데서 울지마.
"좋아해."
내가 있는데 울지마.
츠키시마에게 첫사랑은 눈물섞인 고백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