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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HQ 전력

[츠키히나] 졸업식

 

 

츠키시마 케이 x 히나타 쇼요

 

 

 

 

졸업식

46회차 #츠키히나_전력60

w. 달향기

 

 

 

 

히나타 여기야!”

히나타 나랑 사진 찍자.”

 

왁자지껄 떠들썩한 사람들 속에서 여기저기 불려 다니느라 바쁜 머리통이 멀리서도 눈에 확 띄었다. 소매를 걷어 손목시계를 확인한 츠키시마가 초침을 따라 시간을 쟀다. 1, 10, 30, 1.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볼이 화끈거리는 게 추위 때문인지 심장이 빨리 뛰어서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긴장으로 굳어진 목을 가다듬은 츠키시마는 동그랗게 모인 사람들 틈에서 헛기침으로 자신이 왔음을 알렸다. 시끄러운 와중에도 용케 그 기척을 알아챈 히나타가 고개를 돌렸고,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으며 가까이 다가왔다.

 

츠키시마. 여기 있었네?”

바쁘신 것 같아서.”

하나도 안 바빠.”

 

눈꼬리가 휘어지는 만큼 볼이 화끈거렸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졸업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건강하세요. 떠오르는 말은 하나같이 어색한 말들뿐. 마지막인데 이런 소리나 하고 싶지 않다. 좀 더 근사하고 멋있는 말로 축하를 하고 싶은데 무슨 말을 꺼내야 할까.

 

조용한 곳으로 갈래?”

?”

여기. 너무 시끄럽잖아. 나한테 할 말 있는 거 아니었어?”

 

졸업식이 끝나면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달라고 부탁한 건 츠키시마였다. 남들 틈에 섞여 수많은 후배들 중 하나로 마지막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 히나타 역시 평소 무뚝뚝한 후배가 긴장한 얼굴로 하는 부탁을 거절하는 선배가 아니었다. 알고는 있었는데 설마 이렇게 완전히 모두를 따돌리고 단 둘만 남을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

 

여기도 이제 마지막이네.”

 

아무도 없는 부실을 둘러보며 히나타가 벌써 그리운 눈을 했다. 부실 구석구석까지 꼼꼼하게 둘러보는 뒷모습을 츠키시마 역시 하나라도 놓칠세라 집요하게 쳐다봤다.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까. 느리게 입술을 핥으며 말을 고르던 츠키시마는 갑자기 마주친 시선에 동요해 움찔 뒤로 한 발 물러났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고 따로 보자고 한 거야?”

 

이 말을 하면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혹시라도 속마음을 눈치 채는 거 아닐까. 빤히 쳐다보는 눈동자를 차마 마주보지 못하고 미묘하게 시선을 빗겼다. 아무 의미 없이 그냥 후배가 선배에게 말 하는 것처럼 보여야 할 텐데. 복잡한 머리와 달리 목소리는 단조롭게 흘러나왔다.

 

교복 단추. 하나만 주세요.”

 

말이 끝나고 아주 찰나지만 세상이 잠시 정적에 휩싸였다. 밖에서 시끄럽던 사람들 소리도 겨울바람에 흔들리던 창문 소리도 전부 들리지 않았다. 들리는 건 튀어나올 것처럼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뿐. 이정도로 격하게 뛰면 상대방도 들리지 않을까. 말을 뱉기 전보다 더 복잡해진 머리로 겨우 숨만 내쉬었다.

 

지난 2년간 같은 부원으로써 친분을 쌓았고, 이정도 친분이라면 교복 단추를 달라는 말도 이상하진 않을 거다. 친한 후배가 선배를 기념하고 싶다는 뜻으로 알아주겠지. 필사적으로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거라고 되새기던 츠키시마는 곤란한 표정의 히나타 얼굴을 마주한 순간 저도 모르게 턱에 힘이 들어갔다.

 

미안. 주고 싶은데 남은 게 없어.”

 

왜 진작 눈치 채지 못했을까. 히나타가 입은 교복 재킷은 소매단추까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전부 뜯겨있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주변 사람 모두에게 인기가 많은 걸 알고 있었으면서 교복단추를 받지 못하는 가능성은 눈곱만큼도 생각 못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표정이 흐트러졌고, 츠키시마는 이런 얼굴을 히나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졸업 축하드려요.”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인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최대한 덤덤한 목소리로 아무 말이나 나오는 데로 내뱉던 츠키시마는 히나타를 등지고 문고리를 잡았다. 더는 부실에 히나타와 단 둘이 있고 싶지 않았다. 갑자기 이 모든 게 한심하게 느껴지면서 내가 왜 따로 보자고 했을까 후회만 들었다. 다른 사람들 틈에 섞여 인사했으면 그냥 친한 후배로 남았을 텐데. 잔뜩 구겨진 얼굴을 하고 문을 열던 츠키시마는 잡아당기는 힘에 그대로 몸이 뒤로 기울었다.

 

선배?”

. 이걸로 만족해.”

 

뒤를 돌아보기 무섭게 츠키시마 눈앞으로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반사적으로 붙잡았더니 츠키시마 손을 뒤집은 히나타가 손바닥 위에 무언가를 올려놨다. 자세히 보니 하얗고 동그란 모양의 단추다.

 

이게 뭔가요.”

그런 서운한 표정을 지으면 신경이 쓰인답니다.”

 

표정을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닌 모양이다. 이제 좀 기분이 풀리냐며 짓궂게 웃는 얼굴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히나타가 올려준 단추는 교복 재킷이 아닌 와이셔츠의 단추였다. 재킷 단추보다 좀 더 작고 동그란 모양이 꼭 히나타 같아서 츠키시마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졌다.

 

셔츠 단추라서 좀 그런가? 그래도 두 번째 단추니까!”

 

히나타 마음이 바뀌어도 다시 가져가지 못하게 츠키시마가 주먹을 꼭 쥐었다. 지금 상당히 표정이 우스꽝스럽게 풀어져 있다는 게 느껴졌지만, 어쩐지 숨기고 싶진 않았다. 소매까지 깔끔하게 모든 단추가 떨어진 재킷과 두 번째 단추만 뜯어진 와이셔츠 차림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가 소유한 것과 유일하게 나만 소유하게 된 것. 그 차이가 츠키시마의 얼굴 근육을 말랑하게 풀어놨다.

 

누가 또 단추 달라고 하면 이제 없다고 하세요.”

당연하지! 아무리 나라고 해도 셔츠 단추가 없으면 춥다고.”

선배.”

 

여기저기 뜯어진 교복이 정말 추웠는지 히나타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츠키시마가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서 직접 둘러주며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말을 할까 말까 복잡한 머리와 달리 목소리는 덤덤하게 흘러나왔다.

 

졸업해도 가끔 부실에는 들려주실 거죠.”

 

마지막까지 내뱉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지금은 그냥 말하고 싶었다. 츠키시마의 질문에 히나타가 환히 웃으며 답했고, 이번에는 츠키시마도 편하게 웃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찾겠다고 밖으로 나서는 히나타를 뒤따르며 츠키시마는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은 조금 더 뒤로 미루기로 다짐했다. 내년 졸업식에 오늘 받고 싶었던 단추를 건네며 말하면 무슨 반응을 보여줄까. 아마 많이 놀라고, 그리고.

 

츠키시마!”

 

앞서 가던 히나타가 느리게 따라오는 츠키시마를 보더니 그 자리에 멈춰 빨리 오라고 성화였다. 조금 더 걸음을 빨리 해 히나타를 쫒았다. 아직은 쫒아가는 입장이지만 내년에는 꼭. 반드시.

 

선배.”

?”

졸업 축하드려요.”

 

단추가 들어있는 주머니를 시작으로 서서히 온기가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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