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키시마 케이 x 히나타 쇼요
구원(求願 救援 九園)
1화
w. 달향기
1. 츠키시마 케이
분명히 해가 머리 위에 위치할 때 들어왔는데 산에 들어오는 순간, 눈앞을 뒤덮는 어둠에 츠키시마 케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어둠에 눈이 익는 것을 기다렸다. 빽빽하게 하늘을 막은 나뭇가지들이 한줌의 햇살도 허용하지 않는 이상한 산. 너무 오래 된 정보를 가지고 움직이는 거라 혹시라도 잘못 찾아온 건 아닌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어둠에 눈이 익는 순간 다시 밝아지는 주변의 모습에 제대로 찾아왔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대대로 요괴퇴치를 업으로 삼고 있는 츠키시마 가문엔 후계자만 알고 있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지도에 제대로 표시도 되지 않은 시골에 위치한 산 속에 존재한다는 아홉 개의 뜰. 그 아홉 개의 뜰 중앙에 츠키시마 가문에 빚을 지고 있는 요괴가 한 마리 봉인되어 있다고 한다. 봉인이 풀리는 조건은 츠키시마 가문에서 비는 단 한 개의 소원. 누구든지 츠키시마 가문의 피를 가진 자라면 요괴에게 소원을 빌 수 있었고, 그 대가로 요괴는 봉인을 풀고 자유로운 몸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애초에 요괴가 봉인 되었던 이유는 수 백 명이 넘는 인간을 죽였기 때문이다. 후계자에게 요괴의 존재를 알리면서 마지막에는 절대 소원을 빌지 말 것을 당부했다.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되는 요괴이니 절대 소원을 빌지 않겠다는 계약을 맺어야 정식으로 후계자가 될 수 있었다.
'나는 후계자가 아니니 상관없겠지.'
가문의 존재 이유를 태연하게 무시하며 츠키시마 케이는 주변을 주의 깊게 살피며 걸음을 옮겼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가문의 신념 따위가 아니었다. 이름뿐인 후계자로 지목받아 츠키시마 가문에 이용만 당하고 지금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는 자신의 형. 츠키시마 케이의 유일한 가족. 아키테루의 목숨만이 중요했다.
소원을 빌면 요괴의 봉인이 풀려 세상이 위험해진다고? 세상이 멸망한다고 해도 자신을 소원을 빌 것이다. 형을 구해달라고. 형을 살려달라고. 오로지 형을 위해 갈고 닦은 힘이고 형을 지키기 위해 숨겨왔던 힘이다. 낮은 목소리로 빠르게 환술에 걸리지 않는 주문을 외운 케이는 밝아진 시야에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우와아!!"
아니 옮기려고 했다.
"우와아아아!!"
바람에 낙엽이 흔들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한 산 속에 어린 아이 목소리가 높게 울렸다. 요괴의 영역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마주친 어린 아이라는 건가. 망토 안으로 손을 집어넣은 케이는 부적 한 장을 꺼내 발을 디딘 순간 땅에 발이 묶이는 주문을 외웠다.
"사람이다! 사람이야!! 거짓말!!!!"
부적이 빠르게 타오르고 남은 재가 땅에 스며들었다는 것은 주문이 성공했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시끄럽게 소리치며 다가오는 낯선 이는 태연하게 땅에 발을 디디고 땠다. 주문이 안 먹히는 건가? 아예 주문자체가 먹히지 않는 거라면 여차한 순간에 육탄전을 벌여야 할지도 몰랐다. 옷소매에 숨겨둔 단검을 확인하며 그제야 태연하게 다가오는 어린 아이를 자세히 살펴봤다.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본인과 정 반대되는 밝은 태양빛의 머리카락. 빛이 들어오지 않는 산 속에서 만난 아이의 머리가 태양처럼 밝다니. 하늘 아래 태양은 하나라는 건가. 실없는 생각을 하며 아이의 정체가 요괴인지 사람인지 아니면 환술인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어떻게 들어왔어? 여기까지 혼자 왔어?"
케이의 허리에 겨우 닿을 듯이 작은 키를 가진 아이는 맞지 않는 웃옷을 긴 치마처럼 입고 있었다. 무릎까지 내려온 옷 밑으로 말라빠진 두 다리가 있었고, 부적을 머금은 땅을 태연하게 밝고 있는 발은 맨발. 상처하나 없이 하얗고 깨끗한 발이 보였다.
"네 정체가 뭐지?"
"강해? 강한 사람이야? 그래서 들어왔어?"
"사람인가."
"아니면 길 잃었어? 내가 도와줄까? 나 길 잘 찾아!"
정확히 미간 사이를 겨누고 있는 단검이 무섭지도 않은지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의 얼굴이 마냥 해맑았다. 그냥 단순한 바보인걸까. 발만큼이나 깨끗한 뇌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아이의 모습에 긴장했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길을 잘 찾는 다니 잘 됐네. 구원산에 봉인 된 요괴를 찾아왔다."
여전히 단검을 겨눈 채 슬쩍 떠보는 질문을 던졌지만, 처음으로 케이의 말에 반응한 아이의 얼굴은 아무것도 모르는 백치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구원산? 여긴 산이 아닌 걸? 봉인 된 요괴 같은 것도 없어."
설마 잘못 찾아온 건가? 태어나서 그런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는 아이의 표정에 순간적으로 케이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아키테루는 케이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봤을 때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심각한 상태였다. 심혈을 기울여 걸어놓은 주문에 묶여 아슬아슬하게 삶을 유지하고 있겠지. 여기서 낭비할 시간 따위 없었다.
"여기가 구원산이 아니라면 더는 머무를 이유가 없지."
깔끔한 동작으로 다시 단검을 옷소매에 집어넣은 케이가 망설임 없이 아이에게서 등을 돌렸다.
"벌써 가는 거야? 나랑 더 놀다 가자."
돌아서는 모습에 깜짝 놀란 아이가 케이의 팔에 있는 힘껏 매달려 왔다. 아이를 뿌리치고 걸음을 옮기려던 케이는 꿈쩍도 하지 않는 아이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거 설마.
"나 길 잘 찾아! 나랑 길 찾기 놀이하자. 내가 길을 찾아줄게."
허리 근처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어느새 귀 바로 옆에서 속삭이고 있었다. 빠르게 입으로 주문을 외우며 망토 속에 손을 집어넣어 부적을 찾았지만, 아이 쪽이 좀 더 빨랐다.
"길을 찾아줄게.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길을."
뒤로 확 끌어당기는 힘에 케이의 발이 한 발 뒤로 물러났고, 그 순간 땅이 푹 꺼지며 몸이 완전히 뒤로 넘어갔다. 조금 전 케이가 걸었던 주문이 발동한 것이다.
'젠장. 하필이면 지금!'
몸에서 느껴지는 강한 충격에 눈앞이 캄캄해지며 곧바로 케이의 의식도 실이 끊기는 것처럼 뚝 끊겼다.
'형.'
끊기는 의식너머로 환하게 웃는 아키테루의 얼굴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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