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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게히나] 나와 너의 하루

 

 

카게야마 토비오 x 히나타 쇼요

 

 

 

 

나와 너의 하루

부제 : 카게야마 생일 축하해

w. 달향기

 

 

 

 

고기만두 하나씩 입에 물고 집에 가는 길. 오늘 연습도 힘들었지. 그 스파이크는 성공할 수 있었는데. 내일 아침 연습 몇 시지? 히나타와 카게야마는 특별할 것 없는 대화를 이어가며 걸었다.

 

계속해서 걸었다.

집 가는 방향이 다른데도 같이 걷고 또 걸었다.

 

마지막 남은 고기만두를 한입에 해결한 히나타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무슨 할 말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왜 아무 말도 없지. 평소 같았으면 진작 내일 보자고 인사하며 헤어졌을 텐데. 카게야마의 분위기가 미묘해서 선뜻 말이 나오질 않는다. 한참을 우물쭈물 눈치만 보던 히나타가 집 근처에 도착하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이. 카게야마."

"왜."

"저기. 너 집에 안 가?"

 

 

한 소리 들을 각오로 물었는데 허무할 정도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대답이 돌아왔다. 너 들어가는 거 보고. 그 대답에 히나타가 가만히 멈춰 서서 멀뚱멀뚱 멀어지는 뒤통수를 쳐다봤다. 쟤가 왜 저래. 뭐 잘못 먹은 거 아냐? 지금까지 한 번도 집까지 데려다준 적 없었는데, 왜 하필 오늘 데려다준다고 저러는 걸까. 안 되는데. 여기서 헤어져야 하는데. 나는 갈 곳이 있으니 여기서 이만 헤어지자고 말하면 따라올 것 같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가만히 서서 인상만 팍팍 쓰느라 점점 카게야마와 멀어지는 것도 몰랐다. 멀어졌다는 걸 먼저 깨달은 쪽은 카게야마였다. 옆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해 뒤돌아보니 히나타가 자전거를 붙잡고 인상 쓰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고기만두 먹다 체했나? 도통 움직일 낌새가 안 느껴져 카게야마 쪽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딴생각 중인지 시선이 다른 곳에 머물러 카게야마가 코앞에 있다는 것도 모르는 눈치다. 상태가 이상한 게 열이라도 있는 것 같아 이마를 짚어봐도 느껴지는 건 기분 좋을 정도로 적당히 미지근한 온기뿐.

 

이마에 느껴지는 온기에 히나타가 시선을 올렸고, 눈이 마주쳤다. 얘가 오늘따라 왜 이래? 라는 생각을 둘 다 떠올렸지만, 속으로 삼키며 다른 질문을 던졌다.

 

 

"뭐 바쁜 일 있어?"

"어? 아니. 아닌데? 바쁜 일 전혀 없는데!"

 

 

이 자식 왜 안 가는 거야. 이러다 가게 문 닫으면 안 되는데. 난 지금 빨리 가야 하는데. 속으로 끊임없이 카게야마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던 히나타는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필사적으로 고개까지 붕붕 저으며 부정했다. 카게야마는 그러냐며 관심을 끊었고 마주쳤던 시선은 다시 엇갈렸다.

 

 

"지, 집에 다 왔네. 내일 보자."

 

 

카게야마 걸음이 평소보다 느려 예상치 못하게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었다. 초조한 마음에 히나타는 집 대문이 보이자마자 후다닥 달려가며 서둘러 인사했지만, 안타깝게도 헤어지지 못했다. 자전거를 있는 힘껏 끌어보아도 꿈쩍도 하지 않았고, 뒤를 돌아보니 카게야마가 묘하게 불타는 얼굴로 자전거를 붙잡고 있었다. 왜 저런 얼굴인데. 뭐야, 무서워. 무섭다고! 차마 먼저 말은 못 꺼내고 눈만 깜빡이는데 카게야마가 대뜸 뜻 모를 말을 던졌다.

 

 

"뭐 할 말 없어?"

"무슨 할 말."

 

 

가게 문 닫는 시간까지 아슬아슬해서 마음 급해 죽겠는데 오늘따라 왜 하던 행동을 하는 걸까. 할 말 없다고 내일 보자고 돌아서는데 이번에는 어깨가 붙잡혔다. 할 말 없냐. 할 말 없다. 난 들을 말이 있는데. 나는 없다. 같은 얘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는 동안 계속해서 시간이 흘렀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나 급한 일 있는데 까먹고 있었다."

"무슨 급한 일."

"그런 게 있어. 아무튼, 나 급한 일 때문에 가야 하니까 내일 보자 카게야마. 빨리 집에 들어가! 알았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집요하냐 이 자식아. 인상이 구겨지는 카게야마 얼굴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일단 더 급한 건 이쪽이다. 자전거에 올라탄 후에도 지금 당장 빨리 집에 들어가라고 소리치며 히나타는 목적지를 향해 미친 듯이 페달을 밟았다.

 

 

"아- 망했네. 카게야마 자식 왜 오늘따라 안 하던 짓은 하고 난리야."

 

 

그렇게 미친 듯이 페달을 밟아 도착한 곳은 '러브러브 베이커리' 라는 이름의 분홍색 간판이 화려한 빵집. 케이크가 맛있어 유명해 가게로 잡지에도 자주 실린다고 들었다. 이 케이크를 선물 받으면 선물해준 상대방에게 없던 사랑이 생길 정도로 맛있다는 소개 글에 무조건 여길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제일 맛있고 좋은 케이크 사려고 용돈도 모았었는데 영업이 끝나버렸다니.

 

 

"이게 다 카게야마 그 자식 때문이야!"

 

 

가게 앞에서 한참을 괴로워하고 욕하던 히나타는 결국 축 처진 어깨를 하고 편의점을 찾았다.

 

 

 

 

***

 

 

 

 

침대에 누워 배구공을 던졌다가 받으며 멍하니 누워있던 카게야마 귀에 메일 착신 음이 들렸다. 발신인은 히나타 쇼요. 열어보니 잠깐 나오라는 문장만 적혀 있었다. 잠깐 나오라니 어디로? 혹시 메일이 한 번 더 오지 않을까 한참을 쳐다보던 카게야마는 답이 오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주섬주섬 겉옷을 챙겨입었다. 일단 나가면서 전화하면 되겠지.

 

 

"늦었는데 어딜 나가니?"

"잠깐 집 앞에요. 금방 들어올게요."

 

 

신발을 신고 대문을 나서며 히나타에게 전화를 걸던 카게야마는 근처에서 들리는 벨 소리에 전화를 끊었다. 서둘러 대문을 열어보니 코끝이 새빨개진 히나타가 뚱한 얼굴로 서 있었다.

 

 

"늦었는데 뭐야. 할 말 있으면-"

 

 

할 말 있으면 내일 하라는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불쑥 다가오는 괴생명체에 놀란 카게야마가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생일 축하해- 라는 목소리가 달려들었다.

 

 

"뭐?"

"생일 축하해 카게야마!"

 

 

늦은 시간 주택가라는 인식은 있었는지 히나타 목소리가 조용하다. 맛있고 유명한 거 사려고 했는데 너 때문에 다 망했어. 편의점 케이크라고 불평하기만 해봐. 내가 다 먹을 거다. 머리가 멍해 말이 잘 이해되질 않는다. 그러니까 지금 내 생일 케이크를 사 온 건가? 대체 어디서? 아니 그보다 우선.

 

 

"너 내 생일 잊어버린 거 아니었냐?"

"뭐? 내가 네 생일을 잊을 리가 있겠냐. 바보 자식. 빨리 초 불어. 이러다 다 타버리겠다."

 

 

깜짝 선물 해주고 싶었다는 말에 드디어 멍했던 머리가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히나타와 헤어지고 나서 계속 생각했었다. 내 생일 까먹은 걸까. 딱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축하는 받고 싶었는데. 설마 진짜 까먹은 걸까. 망할 보게. 저도 모르게 쌓였던 서운했던 마음이 저 작은 촛불 하나로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빨개진 코끝, 얼어있는 손.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히나타 모습이 하나씩 제대로 보였다.

 

 

"빨리 소원 빌고, 불 꺼야지. 이렇다 꺼지겠다. 야, 초 이거밖에 없어."

 

 

 

초는 계속 녹아가는데 카게야마가 움직이질 않으니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히나타가 발을 동동 굴렀다. 초는 이거 하나밖에 없는데, 대체 뭐 하는 거야. 꺼지기 전에 빨리 불라고 재촉하기 무섭게 바람이 불었고 결국 초가 꺼졌다. 깜짝 놀라는 얼굴이 보고 싶었을 뿐인데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어 속상해진 히나타가 얼굴을 구겼다. 다시 불붙이면 돼! 애써 씩씩하게 말하는데 카게야마가 성큼 다가왔다.

 

 

"으악! 카게야마 바보 자식아! 안으면 안 돼!! 케이크 망가져. 케이크 묻는다니까!"

 

 

강한 힘에 손목이 잡혔다고 느낄 새도 없이 히나타의 몸이 카게야마 품으로 끌어당겨 졌다. 차게 식은 몸에 카게야마의 끌어안는 힘이 점점 더 강해졌고 그만큼 히나타 목소리도 커졌다. 어떻게든 케이크는 지켜보겠다고 필사적으로 버텨보지만, 당기는 힘이 너무 강해 버티는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고마워."

"아- 진짜."

 

 

귀에 대고 말하는 건 반칙인데. 혀끝까지 차오르던 불만이 쏙 들어간다. 케이크야 또 사면 되겠지. 옷이야 빨면 되는 거고. 나도 이제 모르겠다. 버티던 팔에 힘을 풀자마자 따뜻한 품으로 폭 안겼다. 늦게까지 자전거를 타느라 얼었던 몸을 녹이던 히나타가 품 안에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카게야마 생일 축하해."

 

 

껴안는 힘이 조금 더 강해지며 얼었던 몸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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